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 축소를 미국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근 특보이므로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관찰한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고, 청와대도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특보’라는 그의 위치 때문에 미국이 직접 관련된 구체적 사안까지 언급한 이번 발언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문 특보의 발언은 16일(현지시각)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워싱턴에서 연 세미나 및 특파원 간담회에서 나왔다. 그는 ‘전략자산 축소’의 경우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훈련에 포함된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 전략무기를 하향조정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연계하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또다른 제안이라고도 소개했다.

그의 발언은 문 대통령이 최근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데서 한걸음 나아가 ‘상응 대가’를 구체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반도 긴장국면을 대화국면으로 바꿔야 한다는 건 절박한 시대적 요청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제재와 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시키기는커녕 위기를 고조시켜 왔을 뿐이다. ‘비핵화’가 궁극적 목표임을 분명히 하되, 핵·미사일 활동 동결 및 폐기 등 구체적 중간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긴장 완화’라는 조건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국제적 규범을 지키는 최소한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그 전제다.

문 특보의 발언은 비핵화의 ‘프로세스적’ 측면을 강조해온 전문가들이 그동안 제안했던 여러 해법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야당들이 “북한의 압력에 대한 투항” “한-미 동맹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발언”이라며 총공세에 나서는 건 과한 반응이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을 열흘 남짓 앞둔 시점에서 민감한 내용이 특보의 발언으로 표출되는 것은 신중한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은 ‘대화 기조’에 대한 국내외 공감을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