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官-民 ‘불의의 사태’ 대비돼 있나

2017년 10월 11일 동아일보
지금 한반도 인근 해역에는 미국 군사력의 상징인 핵추진 항공모함 2개 전단이 다가오고 있다. 6일 샌디에이고 모항을 출발해 이달 말쯤 도착할 니미츠급 시어도어 루스벨트함과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로널드 레이건함 항모전단이다. 두 항모의 전력은 각각 중소 국가의 해·공군력 전체와 맞먹는다. 일부 전문가는 북핵을 둘러싼 대북 정밀타격 준비용이라는 해석까지 내놓는다.

추석 연휴 기간 국민들이 궁금하게 여긴 화제는 단연 ‘전쟁이 나느냐’는 것이었다. 67년 전 6·25전쟁은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한반도에 두 번째 전쟁이 난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수소탄 탄두까지 장착하려는 북의 망동(妄動)과 이를 응징하려는 미국의 막강 화력 사이에 불꽃이 튀면서 벌어질 수 있다. 전쟁은 있어선 안 된다. 하지만 그 어떤 불의의 사태에도 대비는 해야 한다. 불시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우리 민관군(民官軍)은 과연 대응할 태세가 되어 있는가.

전쟁이 나면 전방지역 북 장사정포 1100문이 바로 불을 뿜을 것이다. 1000만 인구의 서울을 비롯해 인구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을 노리는 포만 340문이다. 우리 군은 전시작전권이 없다. 한미연합군은 사격 원점을 파악해 대응 포격과 미사일 공격으로 포를 숨긴 갱도와 진지를 파괴하는 작전에 즉각 돌입할 것이다. 북이 각종 탄도미사일을 쏠 경우 한미는 ‘킬 체인’을 가동해 선제타격하거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로 적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게 전시 작전계획이다. 그러나 ‘킬 체인’도 아직은 미비하고 대공방어망은 일본이나 이스라엘처럼 촘촘하지 않아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국군 지휘부는 위에서 아래까지 전쟁 경험이 없다. 미군에 의존하는 타성으로 호전적인 북에 밀리지 않고 기선을 제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북은 핵과 화생방무기를 비롯해 수만 명의 특수전 정예 병력까지 양성해 놓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진 군은 당장 오늘이라도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각오 아래 전시 작전계획을 다잡아야 한다.

현대전의 속성상 군사적 대응은 속전속결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때까지 내부를 하나로 묶고 견디어 내는 것이 관건이다. 대통령은 전쟁 발발 즉시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다. 전시에는 약탈과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릴 소지가 높다. 면밀한 시나리오와 단계별 로드맵을 사전에 점검해 둘 필요가 있다. 전국 1만8871개 민방공대피소 중 전시용 비상식량과 의료장비를 완비한 곳은 거의 전무하다. 6456곳은 핵은커녕 재래식 폭탄에도 견디지 못할 만큼 부실하기 짝이 없다. 하루속히 각 부처에 분산된 비상대비 민방위 조직과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타성에 젖은 민방위체계도 뜯어고쳐야 한다. 20분 훈련을 못 참고 온갖 불평을 늘어놓는 시민이 적지 않다. 북이 장사정포나 핵을 쏘더라도 재빨리 경보를 울리고 신속하게 대피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생존배낭이 아니라 안전 불감증에서 깨어난 성숙한 시민의식이 사느냐 죽느냐의 관건이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국토수호와 평화, 안전을 지상(至上)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부터 결연한 의지를 천명하고 군과 공직자들에게 빈틈없는 대비를 주문해야 한다. 민관군이 하나로 뭉쳐 힘을 합치고 이겨낼 수 있다고 믿을 때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전쟁이 나느냐#로널드 레이건함 항모전단#한국군 지휘부 전쟁 경험 무#민방위체계